카본(Carbon3D)의 신규 3D 프린터 L1과 활용 사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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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으로 유명한 레진 3D 프린터 제조업체 카본(Carbon 3D)에서 신규 3D 프린터 L1을 공개했습니다. L1은 주얼리나 덴탈 산업보다 더 큰 사이즈의 제품을 출력할 필요가 있는 산업을 목표로 제작된 프린터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가장 큰 특징은 이전 제품들보다 확장된 빌드 볼륨(출력 가능한 크기)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카본에서 처음 출시한 3D 프린터인 M1보다 10배 더 큰 빌드 볼륨을 갖고 있으며 현재 주력 판매 상품인 모델 M2보다도 5배 큰 빌드 볼륨을 갖고 있습니다.

카본은 수많은 특허권을 보유한 기술인 CLIP(Continuous Liquid Interface Production)이라는 DLS(Digital Light Synthesis) 기술을 사용하는데요. 자외선 빛을 이용해 감광성 수지를 경화시킨다는 기본 원리는 다른 레진 3D 프린터와 동일합니다.

하지만 한 가지 특징이 있습니다. 바로 레진이 담긴 수조 밑바닥에 ‘데드존(Dead Zone)’을 형성시켜놓았다는 점입니다. 이 데드존이라는 밑바닥 층은 사람 머리카락 두 께의 1/3 수준밖에 안되는 매우 얇은 층인데요. 이 층에서는 레진의 경화가 일어나지 않고 말 그대로 아무런 반응이 일어나지 않는 층이기 때문에 데드존이라고 부릅니다.

경화는 이 층의 바로 위에서 이루어지는데요. 레진이 담긴 수조의 밑에서부터 빛이 비추어지는데 어떻게 가장 밑 바닥이 경화가 이루어지지 않을까요? 이것이 가능한 이유는 레진의 특징 덕분입니다. 레진은 빛과 만나면 굳기 시작하지만 산소와 접촉할 경우 경화가 억제됩니다. 카본은 이를 활용하기 위해 레진 수조 밑바닥에 산소가 투과되는 창(Exygen Permeable window)을 설치했습니다.

결국 카본의 3D 프린터는 산소가 접촉되지 않는, 즉, 데드존의 윗부분부터 경화가 이루어지는데요. 다른 레진 3D 프린터들이 출력 중 레진이 경화된 자리에 경화되지 않은 레진을 다시 채워 넣어 출력을 이어가야 하는 상황과 비교해볼 때 속도와 출력물의 품질에 있어 상당히 유리하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실 포괄적인 원리 상으로는 얼마 전 소개해드린 미시간 대학의 3D 프린팅 방식과 매우 유사한데요. 미시간 대학은 산소층 대신 다른 파장의 빛을 하나 더 사용했었죠.

기존 방식(좌)과 CLIP 방식의 출력물 단면 차이

◈ 카본 L1 3D 프린터의 활용 사례

카본은 과거 아디다스와의 협업으로 유명해졌는데요. 사실 아디다스는 이 L1 3D 프린터를 이미 사용 중이라고 합니다. 3D 프린터로 제작한 운동화인 퓨처 크래프트 4D는 2018년 100,000 켤레 생산되었으며 2019년에는 백만 켤레 단위로 생산에 들어갈 계획이라고 합니다. 이번에 카본에서 L1 공개와 함께 전면에 내세운 홍보용 협업 사례는 미국 프로 풋볼(NFL) 공식 헬멧 제조업체, 리델(Riddell) 과의 사례입니다.

카본이 리델과의 협업을 통해 제작한 제품은 헬멧 라이너(Liner)입니다. 헬멧 라이너는 헬멧의 핵심 부분으로 충격을 받았을 때 탄성으로 충격을 흡수하는 역할을 하며 일정 이상의 충격에서는 파괴되면서 충격을 흡수 / 분산하는 역할을 합니다. 대게 압축 스티로폼으로 만들어지며 압축 스티로폼에 섬유 강화 플라스틱 구조물을 넣어 충격 분산 기능을 더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충격을 분산시키고 흡수하는 것 외에 헬멧 내부의 공기 흐름을 원활히 하는 것에도 초점을 맞추어 설계됩니다.

사진 속 흰 스티로폼 부분이 헬멧 라이너입니다(사진=WhiteDogBikes.com)

 

해당 헬멧 라이너는 진동 흡수력이 뛰어난 엘라스토머를 재료로 제작되었습니다. 디자인은 충격 흡수에 최적화되었는데요. 그 이유는 리델이 경기 중 수집한 5백만 건에 달하는 충격 데이터가 적용되었기 때문입니다. 이 격자 형태의 헬멧 라이너 한 개에는 140,000개 이상의 작은 버팀대가 적용되어 있습니다.

이 헬멧의 가장 큰 특징은 3D 프린터로 제작되기 때문에 선수별 맞춤 제작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헬멧 제작에 앞서 선수를 디지털 스캔하는 과정 먼저 진행됩니다. 그런 다음 해당 데이터를 선수의 운동 데이터와 결합하여 디자인을 완성합니다.

해당 헬멧은 올해부터 NFL 특정 선수에 한하여 판매를 시작할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미국 프로 풋볼, NFL은 국내에서는 그닥 유명하지 않지만 전 세계적으로 가장 인기 있는 스포츠 리그 중 하나입니다. 하우머치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수익을 창출해내는 스포츠 리그가 바로 NFL입니다. 하지만, 가장 큰 시장 규모를 갖고 있는 만큼 잡음도 많습니다. 특히나 선수 간 신체적 충돌이 많은 NFL은 선수들의 부상이 잦고 그 후유증이 심한 것으로 알려졌죠. 반복되는 뇌진탕은 추후 치매를 유발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으며 얼마 전 NFL은 은퇴 선수들의 뇌진탕 관련 소송에서 합의금을 물어줘야 했습니다.

상황이 이러한 만큼 선수들의 부상 예방을 위한 보호구는 무척이나 중요한데요. NFL 선수들이 단단하고 딱딱한 보호구를 착용하고 있음에도 뇌진탕이 잦은 이유를 비유해보면, 두꺼운 플라스틱 컵에 푸딩을 넣고 다니는 것과 유사한데요. 푸딩이 비록 단단한 플라스틱 컵에 보호받고 있지만 충돌이 일어날 시 푸딩은 좌우로 크게 흔들리게 됩니다. 이와 유사한 현상이 바로 뇌진탕이죠. 이런 현상을 막기 위해선 충격을 버텨내는 것보다 흡수해내는 것이 중요합니다. 따라서, NFL 선수들에겐 기존의 압축 스티로폼보다는 더 충격 흡수에 유연한 카본의 엘라스토머와 디자인이 필요해 보입니다.


카본의 3D 프린팅 기술을 활용한 또 다른 사례를 소개해드리자면, 람보르기니와의 협업 사례가 있겠습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자동차 제조업체 람보르기니는 람보르기니 SUV 모델인 우르스에 적용될 부품 두 개를 3D 프린터로 새롭게 제작했는데요. 각각 독특한 직물 디자인의 주유구 캡과 공기 덕트용 클립 구성품입니다.

비록 간단한 부품들이지만 실제 판매되는 최종 재화에 3D 프린팅 부품이 들어가기 시작했다는 것은 제조 현장에 3D 프린팅이 도입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남다른 의미를 갖는데요. BMW가 3D 프린터로 독특한 유성우 디자인을 완성한 사례, 부가티가 3D 프린팅 티타늄 브레이크 캘리퍼를 테스트한 사례, 폭스바겐이 3D 프린팅 센터를 설립한 사례, 포드에서 최첨단 제조 센터를 설립하고 람보르기니와 마찬가지로 최종재의 부품을 출력한 사례, 중국에서 3D 프린팅 전기차를 제조하기 시작한 사례 등 최근 흘러가는 산업의 동향을 보았을 때 2019년은 제조 과정에 3D 프린터가 본격적으로 활용되고 최종 재화에 들어가기 시작하는 원년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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