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D 프린팅은 10,000개 이하의 제품을 생산하는 다품종 소량 생산 위주의 산업에 큰 혁신을 안겨주었습니다. 디자인에 제약이 없을 뿐 아니라, 약 $10,000의 금액이 소비되는 별도의 주조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이러한 3D 프린터가 분명 재료의 낭비를 줄이고 성능이 더 뛰어난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음에도 다품종 소량 생산 산업에만 적용되는 이유는 아직까지도 제조하는 데 소비되는 시간이 매우 길기 때문입니다. 즉, 생산 속도가 매우 느리다는 것이죠.

하지만, 이 새로운 방식의 3D 프린터가 출시된 이후부터 이런 이야기는 과거 속의 이야기가 될 것입니다. SLA 방식뿐만 아니라 SLA 방식보다 출력 속도가 빠른 것으로 취급되는 DLP, LCD 방식보다도 100배는 빠른 새로운 3D 프린팅 방식이 등장했기 때문입니다.

미시간 대학교(University of Michigan)의 연구진들은 레진을 사용하는 새로운 3D 프린팅 방식을 개발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빛에 의해 경화되는 광경화성 레진과 빛을 이용해 경화시킨다는 점이 SLA 방식과 동일하지만, 이 3D 프린팅 방식은 빛을 하나 더, 총 2개 사용합니다.

위 사진 속 그림 A를 살펴보면, 레진이 담긴 통 아래로 파란색의 빛이 레진에 투과되며 좌측에선 다른 파장의 UV LED가 거울에 반사되어 레진에 투과되는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중간의 거울은 이색성 장파장 통과 거울(Longpass Dichroic)로서 특정 파장의 빛을 통과시킵니다. 파란빛은 레진을 경화시키고 다른 파장의 좌측 빛은 빛이 닿는 일정 부위의 경화를 막습니다. 경화시켜야 출력물을 완성할 수 있을 텐데 경화시키는 빛을 사용함과 동시에 경화를 막는 빛을 사용하다니 이게 무슨 말인가 싶으실 텐데요.

이 점에 대해 자세히 설명드리기 위해서는 기존 SLA 3D 프린터의 문제점부터 알아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SLA 3D 프린터의 출력 속도를 저하시키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그중 하나는 레진을 한층 한층 쌓아줄 때마다 그 층의 경화가 제대로 이루어지도록 일정 시간이 요구된다는 것에 있습니다. 한 층만 놓고 보았을 때는 눈에 보이지 않는 짧은 시간이겠지만 전체적으로 보았을 때는 결국 출력 속도를 저하시키는 원인이 됩니다. 이게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출력물이 뭉개진다거나 레진 통 바닥에 레진이 눌어붙기도 하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쉽게 말해, 경화된 출력물은 빌드 헤더에 부착되어 위로 조금씩 상승하게 되는데, 출력을 이어나가야 하는 바닥에 레진이 채워지지 않은 상태에서 빛이 쏴질 경우 출력물에 제대로 흡착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레진 통 바닥에 레진이 응고되는 현상이 생기고 이를 방지하기 위해, 빛을 잠깐 멈추고 레진 통을 틸팅 해주는 과정이 필요하게 되는 것입니다. 이러한 과정은 결국 출력 속도를 저하시키죠.

미시간 대학교의 연구팀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민했고 그렇게 탄생하게 된 것이 위의 방식입니다. 출력 부위에 레진의 경화를 지연시킬 수 있는 빛을 함께 쏘아줌으로써 각 레이어를 경화시킴과 동시에 빠르게 다음 경화를 이어나갈 수 있도록 했습니다. 다시 말해, 다른 파장의 빛 두 개를 사용하여 어느 부위는 굳히고 어느 부위는 액체 상태를 유지해줄지 컨트롤하는 방식입니다.

보다 정확하게 말씀드리자면, 두 광원의 비율을 조합하여 응고 억제 체적의 두께를 조절할 수 있습니다. 수지에 UV와 파란빛이 모두 공급되면 레진 통 바닥에 중합화되지 않는 억제 층이 생성됩니다. 이 영역 위로 중합화(응고)가 발생되며 그렇기 때문에 연속적으로 출력물의 경화가 가능해집니다.

두 개의 빛을 사용해 경화 방지와 경화를 동시에 할 수 있기 때문에 얻어지는 장점은 각 레이어의 두께를 보다 두껍게 출력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다른 레진 3D 프린터들이 한 번의 빛으로 1개의 면이나 최대 2개의 면을 만들어낼 때 이 방식은 말 그대로 3D, 3면 형태의 두꺼운 층을 출력할 수 있습니다(응고되지 않는 큰 영역을 만들어내고 동시에 두껍게 경화시킴). 이런 과정은 곧 출력 속도의 증가로 이어집니다. 또한 이 방법은 구조적 무결성이 뛰어나 보다 견고합니다.

이에 대해 화학, 바이오 공학 교수 마크 번스(Mark Burns) 씨는 이 프린터가 첫 번째 진정한 3D 프린터라고 언급했습니다.

이 원리의 핵심은 레진의 화학적 성질에 있습니다. 기존 방식에서 사용되던 레진은 빛을 받으면 경화되는 단 한 가지 반응 밖에 할 수 없었지만, 미시간 대학교에서 개발한 레진은 빛의 파장에 따라서 앞서 말씀드린 것과 같은 다른 반응을 보이기 때문입니다.

이쯤 되면 그래서 출력 속도가 도대체 얼마인데?라고 물어보실 것 같은데요. 출력 속도는 무려 2m / hour입니다. 대게 일반적인 SLA 3D 프린터는 출력 속도를 표현할 때 미터 단위를 쓰지 않습니다. 미터 단위로 표현할 만큼 빠르게 출력하지 못하기 때문입니다. 평균적인 SLA 3D 프린터는 30~50mm / hour의 출력 속도를 보여줍니다(평균적인 프린터보다 미시간 대학의 프린터가 약 100배나 빠른 셈입니다). 제 기억이 맞는다면 가장 빨랐던 고가의 SLA 3D 프린터 속도도 300mm / hour입니다.

다만, 아직은 출력물의 정교함이 부족해 보이는데요. 이 방식의 3D 프린터가 출시될 경우 기존의 3D 프린팅 방식에서도 어차피 제작자, 세공사나 치기공사의 후가공이 필요했던 덴탈, 주얼리, 피규어 산업에서는 크게 활용되고 대중화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물론 추후 정교함까지 보완된다면 모든 분야에 큰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예상됩니다.

오늘은 다중 파장 시스템을 SLA 3D 프린터에 적용한 최초의 사례에 대해 알아보았는데요. 연구팀은 총 3개의 특허권을 바탕으로 이 기술을 지키고 있으며 현재 이 3D 프린터 출시를 목표로 스타트업을 준비 중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루빨리 이 새로운 차세대 SLA 3D 프린터를 만나보고 싶네요. 미시간 대학 뉴스, 미시간 엔지니어 뉴스 센터, 사이언스 어드밴스드 논문 페이지를 통해 보다 자세한 내용을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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